Project : 갤러리 카페 <아정원>


   11월 오픈을 앞둔, 남한산성에 위치한 갤러리 카페 <아정원>의 가구를 제작하였습니다.

처음 상담 드렸을 때는 매미 소리가 아직 한창인 여름이었는데, 곳곳에 물든 단풍을 보니 시간의 흐름을 새삼스레 느낍니다.


따뜻한 빛이 감도는 아이보리와 깔끔한 외관의 건물, 그 주변으로 자리한 산의 정경, 

그리고 정성 어린 손길로 가꾸어진 정원. 근사한 풍경 속 내딛는 발걸음은 소리도 나지 않게 사뿐했습니다.





 엉터리 시 한 구절이라도 절로 읊을 세라, 정취에 취했지만, 

풍경과 마음을 잠시 뒤로 하고 저희 가구가 자리 잡은 안으로 향합니다.





 햇살이 잘 드는 탁 트인 공간. 

벽에 걸린 김은하 작가의 그림들, 재즈 밴드가 연주할 수 있도록 코너에 마련된 피아노,

그 옆으로 하나하나 자리한 알렉스뮐러의 가구들.


 다른 무엇보다도 '공간'은 한 사람의 취향을 가장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오픈을 앞두고 마음에 드는 가구가 없어 고심하신 끝에 저희 가구로 결정하셨다고 들었을 때,

삼삼오오 모여 팔 걷어 부치고 사전 방문을 가던 공방팀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믿고 맡겨주셨으니, 그 이후로 저희의 역할은 분명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 Marchesa Table [2000*900]

- Curve Chair






- R Table [∮1200]

- Swing Chair



 





- P Table [2200*900]

- P Bench [1700]

- Swing Chair


  오직 <아정원>을 위해 만든 P 벤치. 

완성된 모습에 직원들 사이에서 '오? 괜찮은데?'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정식으로 출시될 수 있을 지는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만.


기존에 판매 중인 모델에 해당하지 않는 가구들의 제작 여부가 궁금하시다면, 언제든 편히 문의해주시길 바랍니다.





- AT-R Table [∮1000] 

- Curve Chair







  갤러리 <아정원>의 원장님과 김은하 작가님, 그리고 알렉스뮐러의 척추를 담당하고 있는 팀장님.

원장님의 노래 한 곡 부르라는 요청에 세 곡을 부르셨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당황하지 않고 실력을 발휘한 그의 모습. 아빠는 강하다! 굳세어라, 팀장님!





- Angle Table [1800*900]

- Angle Bench [1600]

- Flo Chair











  개인 공간으로 사용하시는 2층의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단정한 인테리어에 포인트가 되는 식물들과 그림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AT-R Table [∮1400]

- Round Chair

- Curve Chair





공간을 이동하는 동선은 공간의 이야기이자, 공간의 이동 과정은 곧 경험의 연결이 된다고 하죠.

창 바깥으로 보이는 나무들의 모습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에 들어옵니다.

그 모습으로 실외와 실내에 연결감이 생겨, 실내에 있지만 여전히 정원을 거닐고 있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 Moon Light Stand


 소파 옆으로 자리한 문 라이트 스탠드.

손잡이 라인을 따라 보이는 색상 차이로 원목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방의 유일무이한, 누구보다도 듬직하고 멋진 미남 과장님의 작품입니다.


같은 모습의 가구라고 해도, 누구의 손길이 닿았는 지에 따라 

그 가구가 풍기는 느낌이 다르다는 건 매번 신기한 것 같습니다.





  서재 공간에는 작가님의 책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건의 배열들 속에서 책상을 쓰는 이의 모종의 규칙, 시선의 형태를 봅니다.








- Moon Bed [Q]


  김은하 작가님 그림의 붉은색과 담요의 붉은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문 베드는 초승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디자인입니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무지개를 이불 삼아 포근히 덮고 있는 초승달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열심히 상담하고, 열심히 만들고, 열심히 배송하고, 열심히 찍어온 것으로 마무리 된 갤러리 <아정원> 프로젝트.

어떠셨을 지 모르겠습니다. 사진들을 쭉 보다보니 시간의 흐름이 유독 도드라지게 느껴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여름마저 못내 아쉽고,

곱게 칠해진 가을의 색이 그리워질 것을 알아 벌써부터 가슴이 일렁입니다.


 가구를 볼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공간에 놓였을 때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고, 그 가구를 쓰는 내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저는 만드는 이들을 생각합니다. 집중해서 만드는 가구를 만드는 이들의 모습.

묵묵히 시간을 쏟아 만드는 가구라는 것은 얼마나 멋진 것일까요.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힘든 것도 마다하지 않고 부지런히 힘써준 목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11월에 오픈하는 갤러리 <아정원>의 앞날을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